사람들은 여가시간에 TV를 봅니다. 아니, TV를 봤습니다. KBS, MBC, SBS 등의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 하루 종일 방송하는 뉴스와 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흑백TV부터 컬러TV, 디지털TV, HDTV, UHDTV에 이르기까지 TV는 우리의 고단한 삶을 달래줄 친구이자 위안이었습니다.
2023년의 사람들은 예전만큼 TV를 보지 않습니다. 2007년 애플 아이폰과 함께 시작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폭풍 속에서 TV와 방송은 다소 불편하고 비싼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이제 콘텐츠는 보고 싶을 때 항상 불러 볼 수 있고 찾아볼 수 있는 VOD가 되었습니다. 늦은 밤 ‘주말의 명화’를 보기 위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입니다. OTT와 유튜브 시대의 방송은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파편화된 콘텐츠입니다.
과거라고 해서 항상 정해진 방송 시간에만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HS, 베타 등 규격으로 불리는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은 20세기의 넷플릭스이자 유튜브였습니다. 짧은 개봉관 영화 관람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비디오 출시를 기다렸습니다. 블록버스터나 인기 있는 영화는 ‘영화마을’, ‘으뜸과 버금’ 등과 같은 비디오 대여점에 예약을 하거나 줄 서서 기다려야 빌려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VTR에는 녹화 기능이 있어 라이브로 시청할 수 없는 TV 방송을 녹화해 나중에 볼 수도 있었습니다. 8mm 카메라나 DV 카메라가 출시되기 전 가정 내 동영상 카메라는 대부분 VHS 카메라였습니다. 국내에서는 VHS가 가정용 영상 기기의 표준처럼 자리 잡아, 다른 포맷의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도 최종단계에는 VHS 비디오테이프에 옮겨 녹화해야 가정에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결혼식이나 돌잔치, 졸업식, 입학식 등 중요한 행사의 기록 영상은 대부분 VHS 테이프로 가지고 있습니다. VHS를 대체할 만한 대안으로 CD, DVD, 블루레이 등 더 좋은 화질과 편의성을 가진 많은 규격의 녹화 재생 기기가 개발되고 판매되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VHS를 대체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 곁에 있던 TV 선반 위 VTR은 모두 사라지고, 영상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세상에서만 유통되고 소비되게 됩니다. 그리고 갈 길 잃은 VHS 테이프는 장롱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안성미디어센터에서는 ‘메모리 인 안성 프로젝트’ 사업을 운영합니다. 우리 마을, 우리 이웃에서 점차 사라져 없어지는 추억들, 더 이상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전에 남겨 놓고 싶은 지금의 소중한 기억들을 아로새기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첫 번째로, 소중한 추억 속 VHS를 파일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2023년에는 시범으로 운영하는 사업으로 많은 분량을 변환하지는 못하니 꼭 필요하신 분들만의 신청을 기다리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안성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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